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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 사료와 임금 / 김남주 시인 (1946-1994)현대시/한국시 2015. 3. 12. 12:03
이하의 시는 자본의 냉혹성을 다룬 작품임.
사료와 임금 / 김남주 시인 (1946-1994)
사료를 먹여
자본가 김씨가 닭을 치는 것이나
임금을 주어
자본가 이씨가 노동자를 부리는 것이나
속셈에 있어서는 같다
닭이 김씨에게 알을 까주기 때문이고
노동자가 이씨에게 제품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어디가 아프거나 늙어서 닭이
알을 까지 못하거나 까더라도 그 알이
자본가 김씨에게 이윤을 내주지 못하거나 할 때
어디가 아프거나 늙어서 노동자가
제품을 만들지 못하거나 만들더라도 그 제품이
자본가 이씨에게 이윤을 내주지 못하거나 할 때
어떻게 되는 것일까 닭과 노동자는
모가지가 비틀어져 닭은 통조림 공장으로 보내질 것이다 아마
모가지가 잘려 노동자는 공장 밖으로 내동댕이쳐질 것이다 아마
오 닭이여 그 울음으로
하루의 시작을 알리던 생활의 고지자여
자본의 세계에 와서 그대는
알이나 까는 기계로 전락하게 되었구나
그 알이 자본가의 배를 채워주는 동안에만
그대의 목숨은 붙어 있게 되었구나
오 노동자여 그 노동으로
인간의 새벽을 열었던 대지의 해방자여
자본의 세계에 와서 그대는
말하는 도구로 전락하게 되었구나
그 도구가 자본가의 배를 채워주는 동안에만
그대의 목숨은 붙어 있게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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