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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동시) 최근 온라인에서 논란이 되었던 동시: 학원 가기 싫은 날현대시/한국시 2015. 5. 6. 12:52
학원 가기 싫은 날 / 이모 양(10살)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
이렇게
엄마를 씹어 먹어
삶아 먹고 구워 먹어
눈깔을 파먹어
이빨을 다 뽑아버려
머리채를 쥐어뜯어
살코기를 만들어 떠먹어
눈물을 흘리면 핥아 먹어
심장은 맨 마지막에 먹어
가장 고통스럽게
출처: 동시집 <솔로강아지>
** 출판사의 입장 **
“작가의 의도를 존중했으며, 예술로서 발표의 장이 확보돼야 한다는 판단으로 출간했다. 성인 동시 작가가 어린이를 위해 썼다면 출간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이가 자기의 이야기를 쓴 책이기 때문에 가감 없이 출간했다. 시집에 실린 모든 작품에 조금도 수정을 가하지 않았고, 여기에 실린 시들은 섬뜩하지만 예술성을 확보하고 있다.
“글이 작가의 고유한 영역인 만큼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자기 영역이 있다고 판단해 존중했다. 이것을 보고 시대의 슬픈 자화상을 발견하고 어른들의 잘못된 교육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이양 어머니의 입장 **
“그 시를 읽고는 아이가 다니기 싫어하는 학원에는 더 이상 보내지 않았다. 이렇게 싫어하는 줄은 나 역시 알지 못했다. 시가 아니고 다른 방식으로 이런 말을 들었다면 엄마로서 화를 냈을 것이다. 하지만 시는 시일 뿐이다. 딸은 이전에도 많은 시를 썼으며, 다른 아름다운 시도 많은데 이 시만 가지고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
** 이 시에 대한 밝은 하늘의 입장 **
1) 이 시는 출판사측이 이미 밝혔듯이 한국사회 교육현실의 모순을 끄집어 내고 있다. 시적 완성도는 판단할 수 없으나, 꼬마 시인의 고뇌가 엿보이며, 적어도 간접적으로 자신의 정서를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그가 많은 댓글을 단 사람들이 지적하듯 정신과치료나 상담을 받을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2)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대개 그 정체나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얼굴을 드러내면 대처법이 나오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서를 이렇게 표현했다는 것은 솔질하고 용기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수많은 남편들이 또 수많은 아내들이 자기 배우자가 싫을 때, 미워질 때 어떤 감정을 품는가? 어떤 감정이 생기는가? 이 시에 나오는 것 이상으로 끔찍한 상상을 하지 않는가? 간접적으로 자신의 정서를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되는 것만큼 건강한 정서관리가 어디 있는가? 그렇지 않고 쌓아두거나 담아두었다가 우발적인 살인도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내 보기에, 이 시는 사회적으로 지탄 받을만한 시는 결코 아니다.
3) 이 시의 가치는 내용 그 자체가 아니라, 내용에서 유추할 수 있는 한국교육의 모순에 대해 고민하자는 초대장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의 결과에만 감정적인 집착을 보이는데, 결코 현명하지 못하다. 왜냐하면 그 문제를 영원히 해결할 수 있는 껀덕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 어찌해야 하나?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왜 이런 결과가 발생했을까?를 묻고, 문제의 근원으로 하나 하나 조금씩 추적해 나가며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다. 결코 겉에 드러난 것만 가지고 흥분하지 말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Things are not what they se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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