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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가르쳐 주지 / 이명수 (1945-)현대시/한국시 2009. 5. 9. 10:39
안 가르쳐 주지 / 이명수 (1945-)
어느 날 스님이 바보를 거두었다
며칠 후 스님이 바보에게 물었다
네 이름이 뭐야,
안 가르쳐 주지,
이름이 뭐냐니깐,
그래도 안 가르쳐 주지,
왜 안 가르쳐 주는 건데,
스님이 궁금해 죽어 버리게,
사람이 궁금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
며칠 만에 집에 들어갔다
마누라가 다그친다
어디 갔다 왔느냐고
안 가르쳐 주지
왜 안 가르쳐 주는 건데,
속으로 말했다
입이 근질근질했다
뭐라고 중얼거리는 건데
아니, 마누라 죽지 말고
오래오래 살라고,
무슨 헛소리야,
불을 끄고 누웠다
속말이 터져나와 온 방안을
떠다닌다
(-마누라궁금해죽어버리게
마누라궁금해죽어버리게......)
얼른 잡아서 이불 뒤집어씌우고
꾹꾹 눌렀다
궁둥이가 근질근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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