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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스며드는 것 -- 안도현 시인현대시/한국시 2020. 11. 8. 20:39
한참 전에 우연히 어디선가 보고서 폰에 저장해두었던 시인데 오늘 드디어 블로그에 올린다. 시를 배우는 입장에서, 이 시는 비유와 상상이 멋지고 본받고 싶은 시다. (20년 11월 8일)
마침내 아래 시의 출처를 오늘 비로소 알게 되었다. 창비에서 2008년, 2011년에 펴낸 창비시선 283, 안도현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를 읽다가 아래의 시가 수록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24년 1월 26일)
스며드는 것 / 안도현 시인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쩔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 안도현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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