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 노트에서 - 장석남현대시/한국시 2020. 11. 22. 13:48
옛 노트에서 — 장석남(1965-)
그때 내 품에는
얼마나 많은 빛들이 있었던가
바람이 풀밭을 스치면
풀밭의 수런댐으로 나는
이 세계 바깥까지
얼마나 길게 투명한 개울을
만들 수 있었던가
물 위에 뜨던 그 많은 빛들,
좇아서
긴 시간을 견디어 여기까지 내려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리고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그때는 내 품에 또한
얼마나 많은 그리움의 모서리들이
옹색하게 살았던가
지금은 앵두가 익을 무렵
그래 그 옆에서 숨죽일 무렵시집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문학과지성사. 1995. 04. 28.
'현대시 > 한국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 / 신경림 (0) 2021.01.08 나무 학교 / 문정희 (0) 2021.01.05 열매는 왜 둥근가 / 공광규 (0) 2020.11.16 아름다운 위반 / 이대흠 시인(1968-) (0) 2020.11.15 (시) 스며드는 것 -- 안도현 시인 (0) 2020.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