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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어머니는 찬 염주를 돌리며 / 문태준 시인현대시/한국시 2022. 8. 8. 14:54
아래의 시(詩)도 <세상의 모든 음악>에서 듣고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찾아냈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어머니는 찬 염주를 돌리며 / 문태준
어느날 어머니는 찬 염주를 돌리며 하염없이 앉아만 계시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머리를 숙이고 해진 옷을 깁고 계시는 것만 같았습니다. 꽃, 우레, 풀벌레, 눈보라를 불러모아서, 죽은 할머니, 아픈 나, 멀리 사는 외숙을 불러모아서, 조용히 작은 천조각들을 잇대시는 것이었습니다. 무서운 어둠, 계곡 안개, 타는 불, 높은 별을 불러모아서. 나를 잠재울 적에 그러 했듯이 어머니의 가슴께서 가늘고 기다란 노래가 흘러나 오는 것이었습니다. 사슴벌레, 작은 새, 여덟살 아이와 구순의 할머니, 마른 풀, 양떼와 초원, 사나운 이빨을 가진 짐승들이 모두 다 알아온 가장 단순한 노래를 흞조리시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가 부르는 노래는 찬 염주 속에 갇혀 어머니가 불러모은 것들을 차례로 돌고 돌다 명명(明明)한 겨울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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