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詩) 봄길 - 정호승 시인

밝은하늘孤舟獨釣 2023. 3. 3. 21:54

봄길 - 정호승 시인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