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詩) 빅뱅 – 김언 시인(1973-)

밝은하늘孤舟獨釣 2023. 4. 29. 22:35

빅뱅 김언 시인(1973-)

 

시간이 차곡차곡 채워져서 폭탄에 이른다

일 초는 일만 년의 폭발

순간은 영원을 뇌관으로 타들어 가는 심지

태아는 울고 태어나는 순간

거꾸로 매달린 세계를 고통스럽게 입에 담는다

보지 않는 세계의 보이지 않는 웅성거림과

차가운 열기를 내뿜으며 다가오는 대기

죽음으로 대변되는 이 검은 색조의

밝은 별을 눈에 담기 위하여

잔해 위에 잔해를 쌓아 올리는 아이는 운다

출발은 멀었고

이미 도착한 이 세계에서 물결은

물결을 거슬러 올라간다

얼마나 더 올라가야 암흑에 다다를까

방금 전까지 잠잠하던 폭발이

한 점도 너무 넓은 세계를 흔들어 깨웠다

내가 돌아다녀야 할 곳이 아직도 남았다고 믿는

그 세계를

아이 혼자 담겨서 운다

무덤은 멀었고 이미 도착한 요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