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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발열 - 정지용(1902-1950)현대시/한국시 2023. 5. 10. 21:32
發熱(발열) – 정지용(1902-1950)
처마 끝에 서린 연기 따러
葡萄(포도)순이 기여 나가는 밤, 소리 없이,
가믈음 땅에 시며든 더운 김이
등에 서리나니, 훈훈히,
아아, 이 애 몸이 또 달어 오르노나.
가쁜 숨결을 드내 쉬노니, 박나비처럼,
가녀린 머리, 주사 찍은 자리에, 입술을 붙이고
나는 중얼거리다, 나는 중얼거리다,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多神敎徒(다신교도)와도 같이.
아아, 이 애가 애자지게 보채노나!
불도 약도 달도 없는 밤,
아득한 하늘에는
별들이 참벌 날으듯 하여라.
朝鮮紙之光(조선지광) 1927. 7.
<시어의 풀이와 현대 표기>
▶기여 : 기어.
▶따러 : 따라.
▶가믈음 : 가물음.
▶시며든 : 스며든.
▶달어 오르노나 : 달아오르노나.
▶드내 쉬노니 : 들이 쉬고 내쉬노니.
▶박나비 : 박나방. 불나비과의 곤충.
▶多神敎徒(다신교도) : 여러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종교인.
▶애자지게 : 애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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