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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가을의 기도 – 김현승 시인(1913-1975)현대시/한국시 2023. 6. 7. 21:40
문학세계사에서 나온 이운룡 편저의 <한국현대시인연구-10 김현승>을 읽다가 예전에 학창 시절에 교과서에 본 듯한 아래의 시를 만나 다시 본 블로그에 업로드한다. 김현승 시인의 시는 좀 관념적이라 그런지 솔직히 내게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래의 시는 만인이 좋아하는 시인듯 하다. 위 책을 읽으며, 김현승 시인도 중년기 때 신앙적으로 방황을 하였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리고 그 방황으로 인해 신앙적으로 당연시했던 점들을 부정하는 쪽으로 나아가게되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나는 이 점이 좋았다. 마음에 들었다. 방황으로 인해 김현승 시인이 성숙한 한 인간이 될 수 있었고, 시적으로도 성숙해질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상 끝.
가을의 기도 – 김현승 시인(1913-1975)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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