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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연가(戀歌) -이근배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7. 22. 23:47
연가(戀歌) -이근배 시인
바다를 아는 이에게
바다를 주고
산을 아는 이에게
산을 모두 주는
사랑의 끝 끝에 서서
나를 마저 주고 싶다.
나무면 나무 돌이면 돌
풀이면 풀
내 마음 가 닿으면
괜한 슬픔이 일어
어느새 나를 비우고
그것들과 살고 있다.
-시집 <살다가 보면> 중에서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연가를 쓸 수 있는 이 시인은 행복하리라.
그러나 따지고 보면, 대상에 대한 애정어린 눈길 없이 써진 시는
얼마나 삭막하고 차고 매울까. 사랑은 주는 것.바다를 주고 산을 주고 끝내는 나를 준다.
나무와 풀과 돌에 마음이 닿으면 슬퍼진다.
그 이유없는 연민의 따뜻함이 결국 나를 그와 함께 살게 한다.
- 마종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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