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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나태주 시집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현대시/한국시 2023. 8. 5. 23:31

    나태주 시집 <자건거를 타고 가다가>를 읽고 좋은 문장

     

    138-139쪽: 제목: 축혼시

     

    하늘의 별 바닷가 모래

    그같이 많은 사람 가운데

    오직 한 사람의 남자와 여자이니

    이것은 기적입니다

     

    험한 세상 부질없는 인생

    오롯이 등불 밝혀

    이마 마주 댈 둥지가 생겼으니

    더없는 축복입니다

     

    부디 잊지 마시구려

    오늘의 설레는 마음

    오늘 다짐했던 빛나는 말씀들

    이날로서 그대들 부부입니다

     

    남자가 지아비 되고

    여자가 지어미 된다는 것

    그리 쉽지 않은 일이지요

    서로가 서로의 어버이 된다는 말이랍니다

     

    무엇보다도 깊이 사랑하십시오

    뜨겁게 말고 은근하게 오래오래

    살다 보면 사랑보다 믿음과 열정이

    더욱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 모습 이대로

    중년에 이르고 노년에도 이르러

    스스로 보기에 그럴듯하고

    신에게 더욱 보기 좋은 모습 이루십시오. 

     

     

    140-141쪽: 제목: 함부로 주지 말아라

     

    자기를 함부로 주지 말아라

    아무것에게나 함부로 맡기지 말아라

    술한테 주고 잡담한테 주고 놀이한테

    너무 많은 자기를 주지 않았나 돌아다 보아라

     

    가장 나쁜 것은 슬픔한테 절망한테

    자기를 맡기는 일이고

    더욱 좋지 않은 것은 마을 미워하는 마음에

    자기를 던져버리는 일이다

    그야말로 그것은 끝장이다

     

    그런마음들을 거두어들여

    기쁨에게 주고 아름다움에게 주고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마음에게 주라

    대번에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

    세상은 젊어지다 못해 어려질 것이고

    싱싱해질 것이고 반짝이기 시작할 것이다

     

    자기를 함부로 아무것에나 주지 말아라

    부디 무가치하고 무익한 것들에게

    자기를 맡기지 말아라

    그것은 눈 감은 일이고 악덕이며

    인생한테 죄짓는 일이다

     

    가장 아깝고 수중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그러므로 보다 많은 시간을 자기 자신한테

    주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그것은 날마다 가장 중요한

    삶의 명제요 실천 강령이다.

     

     

    151쪽: 시는 위기지학이고 본래으 나 자신을 찾아가는 머나먼 여행길이며 나 좋아서 쓰는 예쁘고도 사랑스런 문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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