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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목 - 복효근 시인(1962-)현대시/한국시 2023. 10. 9. 18:34
탁목 - 복효근 시인(1962-)
죄 많은 짐승이었을 것이다
닥따그르 딱따그르--
새는
나무에 머리를 짓찧으며
울어야 했을 것이다
벌레나 잡아먹으며 연명해야 하는 생
고달프기도 했겠으나
숲에는
또 그와 같이
구멍 뚫린 나무토막 제 머리를 때리듯 자꾸만 때리며
딱 딱 딱 딱 딱따그르 딱따그르-------
벌레 같은 번뇌를 죽여 삼ㄱ키며 살아가는 생도 있다
깊은 숲에 들지도 못하고
저무는 숲길 언저리에서
딱따그르 딱 딱 딱따그르르----------
그 소리에나 부딪쳐 가슴에 허공을 내며
이렇게 벌레처럼 아픈 생도 있다
복효근 시집 <따뜻한 외면> 실천문학사, 2013년, 중에서
탁목: 딱따구릿과에 속한 새를 통틀어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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