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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지는 날 – 도종환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1. 24. 14:42
꽃 지는 날 – 도종환 시인
슬프지만 꽃은 집니다
흐르는 강물에 실려 아름답던 날은 가고
바람 불어 우리 살에도 소리 없이 금이 갑니다
사시사철 푸른 나무로 살고자 하던 그대를
소중히 여기면서도 그대에게 꽃 지는 날이
찾아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그대 이기고 지고 또 지기 바랍니다
햇살로 충만한 날이 영원하지 않듯이
절망 또한 영원하지 않습니다
가지를 하늘로 당차게 뻗는 날만이 아니라
모진 바람에 가지가 꺾이고
찢겨진 꽃들로 처참하던 날들이
당신을 더욱 깊게 할 것입니다
슬프지만 피었던 꽃은 반드시 집니다
그러나 상처와 아픔도 아름다운 삶의 일부입니다
도종환 시집 <슬픔의 뿌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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