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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머니 - 신달자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2. 4. 22:44
아래의 시는 읽으면서 성모의 밤 행사 때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어머니 - 신달자 시인
한 송이 꽃인가 하고 다가서면
한 그루 나무
한 그루 나무인가 하고 다가서면
차라리
한 덩이 바위
한 덩이 바위인가 하고 우러르면
듬직한 산이셨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꽝꽝 언 대지 안에
사랑을 품고 키우는
겨울뿌리
얼음 속에서도 얼지 않는
생명이셨습니다
달빛 받는 외짝 신발처럼
홀로 울음을 가누는
고독한 성자(聖者)
눈물과 땀과 피
남김없이 흘리시고
그 마지막 죽음까지 뿌리에게 주는
완전한 봉헌이셨습니다
문학수첩에서 2001년 간행한 신달자 시집 <어머니, 그 삐뚤삐뚤한 글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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