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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삼덩굴 – 김종해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2. 8. 15:52
위 사진이 환삼덩굴이다. 김종해 시인의 詩 <한삼덩굴>이 환삼덩굴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한삼덩굴이나 환삼덩굴 다 같은 말로 쓰인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잡초가 바로 이 환삼덩굴이다. 금년에 텃밭을 정성 드려 가꾸다가, 어느 날 문득 이 잡초의 이름이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이 놈의 이름이 글쎄 환삼덩굴이다. 김종해 시인은 이 환삼덩굴을 주제로 시를 써서 다음과 같은 詩가 탄생되었다.
한삼덩굴 – 김종해 시인
지난 여름 내내 내 텃밭을 괴롭혔던 잡초의 얼굴을 드디어 식물도감에서 찾아내었다. 한삼덩굴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놈은 내가 가꾸는 텃밭뿐만 아니라 내 삶의 비탈, 어느 둔덕이나 뒤안길에서도 사사건건 덩굴손을 뻗으며 가시를 돋웠다. 결박하였다. 꿈길에서조차 내 발목을 잡았다.
지난 여름 내내 단 한편의 시마저 쓰지 못했던 죽은 시인의 시간, 한삼덩굴은 내 텃밭을 기어나와 황막한 땅의 문맥을 문신으로 보여주었고, 힘의 논리를 내 땅 위에 수놓았다.
오늘 아침 문득 가을이 오매, 잎 떨어지는 가을이 깊어가매, 내 집 문 앞에 문득 가을처럼 나타나 작별 인사를 고하는 그 사람, 한삼덩굴은 누구의 삶 속에서나 잎을 펴고 사라진다. 단지 그것이 한삼덩굴의 이름이라는 것을 모를 뿐이다.
문학사계사, 2002년, 김종해 시집 <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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