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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수영(金洙瑛)을 추모하는 저녁 미사곡 - 김영태 시인현대시/한국시 2023. 12. 22. 22:58
아래의 시는 "저녁 미사곡"이라는 제목에 등장하는 범상치 않은 단어 때문에 여기에 소개한다. 김영태라는 시인은 한번도 그의 시를 한 번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이 시가 김영태 시인의 시 가운데 처음 만나는 시인데, 범상치 않다. 아마도 이 시인이 가톨릭 신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아무튼 "저녁 미사곡"이란 표현에서 뭔가 클래식 음악 같고, 富티나는 거 같고, 아무튼 그런 느낌과 김수영 시인이란 분에 대해 더욱 궁금함이 생겼다.
김수영(金洙瑛)을 추모하는 저녁 미사곡 - 김영태 시인
六月(6월) 十六日(16일)은
그대의 祭日(제일)이다
花園(화원)에 가도 마음 달랠 꽃이 없어
나는 徒步(도보)로 그대, 무덤 곁으로 간다
무덤은 멀다 노을 아래로
노을을 머리에 이고
타박타박 駱駝(낙타)처럼걸어간다
내가 그대에게 줄 것은
식지 않은 사랑뿐이라고
걸으면서가만히 내 반쪽 심장에
끓이는 더운물뿐이라고
무덤에 도착하면 오빠 곁을 안 떠나는
누이에게 전하리라
말하지 말라고 그대가 눈짓을 보내면
나는 또 장승처럼 서 있다가
타박타박 산길을 내려오려고 한다
반쪽 심장에는 올 때마다
더 많이 더운물을
출렁거리면서
우리 마음이 오늘 저녁은 아무데나 가서
맞닿아 있어 서로 빈손을
크게 벌려놓지 않으려고 한다
- 마음산책에서 2001년 펴낸, 김용택이 사랑하는 시 <시가 내게로 왔다-1>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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