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좋은 언어 – 신동엽 시인(1930-1969)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7. 15. 22:02

아래의 시는 지난 7월 10일 수요일 오전에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 소개되었던 시이다.

 

 

좋은 언어 신동엽 시인(1930-1969)

외치지 마세요
바람만 재티처럼 날려가버려요.
조용히
될수록 당신의 자리를
아래로 낮추세요.
그리구 기다려보세요.
모여들 와도
하거든 바닥에서부터
가슴으로 머리로
속속들이 굽어돌아 적셔보세요.
하잘것없는 일로 지난날
언어들을 고되게
부려만 먹었군요.
때는 와요.
우리들이 조용히 눈으로만
이야기할 때
허지만
그때까진
좋은 언어로 이 세상을
채워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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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계> 1970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