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한국시

(시) 집에 대한 예의 / 이길원 시인(1945-)

밝은하늘孤舟獨釣 2024. 7. 15. 22:08

아래의 시는 7월 14일 일요일 오전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집에 대한 예의 / 이길원 시인(1945-)

 

사랑하라

긴 여행길에 오른 당신의 삶을

 

비바람 태풍에 끄떡없는 집을 짓는 까치도

제 몸보다 수백 배 큰 집을 짓는 개미도

기도하듯 만든 집에서

새끼 낳고 키우며 사랑 하나로 버티거늘

우리 삶에 사랑이 없다면 궁궐 인들 무슨 의미가 있으랴

 

사막을 걷는 낙타의 오아시스 같은 집

일을 마치고 해거름 돌아와

하루를 감사해 하며

내일이면 다시 못할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웃고

철없는 아이처럼 뛰며

살아 있음을 마음껏 즐거워하라

이는 집에 대한 당신의 예의

 

여행이 끝나는 날 마지막 휴식처

가장 편안한 무덤의 문을 열 때까지.



* 이길원 : 1945년 충북 청원 출생, 1990 <시문학> 등단

            시집 <어느 아침 나무가 되어>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