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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청소를 끝마치고 / 강소천 시인 (1915-1963)현대시/한국시 2024. 11. 5. 12:14
아래의 시는 어제 아침 KBS 라디오 Happy FM 《주현미의 러브레터》의 "마음에 스며드는 느낌 한 스푼"에서 소개된 시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청소를 끝마치고 / 강소천 (1915-1963)
책상 걸상을 죽 뒤로 밀어 놓고
먼지떨이로 구석구석 먼지를 떨고
비로 박박 마루를 쓸고
물로 좍좍 걸레질을 하고
책상 걸상을 제 자리에 나란히 해 놓고
맑은 물을 길어다가
교탁과 교단을 다시 닦는다
비뚤어 놓인 교탁을 바로 놓다가
나는 문득 선생님이 되어 보고 싶었다
“강웅구, 수고했소!
오늘 청소는 만점이오
인젠 집으로 돌아가도 좋소”
언제 와 계셨는지 교실 문 앞에
담임 선생님이 서 계셨다
나는 부끄러워 어쩔 줄 모르다가
“선생님 청소를 다 했습니다”
선생님도 빙그레 웃으시며
“강웅구, 수고했소!
오늘 청소는 만점이오
인젠 집으로 돌아가도 좋소”
그리고 선생님은 교사실로 가신다
복도를 쓸던 동무들과
유리를 닦던 동무들이
한꺼번에 “와아!”하고 웃어 버렸다
교사실로 가시던 선생님도
뒤돌아보시며
다시 한번 빙그레 웃으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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