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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봄밤 - 김사인
    현대시/한국시 2025. 3. 21. 20:56

    봄밤 - 김사인

     

    나 죽으면 부조돈 오만원 내야 돼 형, 요새는

    삼만원짜리도 많던데 그래두 나한테는 오만원은 내야 돼

    알었지 하고 노가가 이아무개가 수화기 너머에서

    홍시 냄새로 출렁이는 봄밤이다.

     

    어이, 이거 풀빵이여 풀빵 따근할 때 먹어야 되는디,

    시인 박아무개가 화통 삶는 소리를 지르며

    점잖은 식장 복판까지 쳐들어와 비닐 봉다리를 쥐어주고는

    우리 뽀뽀나 하자고, 뽀뽀를한번 하자고

    꺼멓게 술에 탄 얼굴을 들이미는 봄밤이다

     

    좌우간 우리는 시작과 끝을 분명히 햐야여 자슥들아 하며

    용봉탕집 장 사장이리단 애국가 부터 불러제끼자

    하이고 우리집서 이렇게 훌륭한 노래 들어보기는

    츰이네유  해싸며 푼수 주모가 

    빈자리 남은 술까지 들고 와연신 부어대는 봄밤이다

     

    십만 원인데 십만 원만 내세유, 해서 그래두 되까요 하며

    지갑을 뒤지다 결국 오만 원은 외상을 달아놓고, 그래도

    딱 한 잔만 더, 하고 검지를 세워 흔들며 포장마차로

    소매를 서로 끄는 봄밤이다

     

    죽음마저 발갛게 열꽃이 피어

    강아무개 김아무개 오아무개는 먼저 떠났고

    차라리 저 남쪽 갯가 어디로 흘러가

    칠칠치 못한 목련같이 나도

    시부적 시부적 떨어나졌으면 싶은

     

    이래저래 한 오만 원은

    더 있어야 쓰겠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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