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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무논 - 황규관 시인현대시/한국시 2025. 5. 16. 22:56
아래의 시는 며칠 전 5월 14일 수요일 KBS 라디오 백승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FM풍류마을>에서 소개된 황규찬 시인의 시 "무논"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무논 - 황규관 시인
논에 물이 들어간다
오랜 본질의 기억을 물리치고
메말랐던 지난 시간을 적시고 있다
치렁치렁하게 풀어지는 건 논바닥이 아니다
오직 자신을 위해서 묶은 허리띠를 풀 때
어린 모가 흔들리고 외로운 왜가리가
살며시 살며시 발걸음을 옮기는
눈부신 정적이 찾아온다
논이 가득 웃는다
그래야 하늘에 구름 한 점
지나갈 수 있다는 듯 기름진
노타리를 칠 수 있다는 듯
봄이 콸콸 소리를 내며
작년과는 다른 설렘을 채운다
논이 대지의 내면이 되어간다
그렇게 오늘은
어제를 품고 어제와 단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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