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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제야의 종을 - 이정옥현대시/한국시 2025. 4. 18. 19:46
제야의 종을 - 이정옥
제야의 종이 울리면
미움의 가슴은 후회로 맑아지고
분노의 목소리 축복을 뇌이나니
소란으로 뒤덮힌 명동거리에
참회의 종소리 여울지게 하소서
제야의 종이 울리면
가난한 이들은 기쁨으로 설레고
이별한 사람들 그리움에 젖나니
황량한 촌락 잠든 마을에도
감사의 종소리 퍼지게 하소서
폭풍 몰아치는 늪을 헤매이다
당신의 손목을 놓친
우리는 길 잃은 철새들이니
당신의 옷자락에 포근히 감싸
혼돈의 이 밤을 밝혀주소서
무대는 바벨탑
배우는 현대인
관객은 오직 당신 한 분
살해된 인식의 시체를 깔고 앉아
미친 듯 광란의 춤을 추고 있는
우리는 가련한 미아들이니
당신의 한 말씀 뜨거운 사랑으로
죄악의 고리들을 풀어헤치소서
제야의 종소리 누리를 뒤덮어
죄인의 영혼들 건져 올리소서
- 이정옥 시집, <채워지지 않은 잔이더 아름답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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