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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돈이 많았으면 좋겠지 - 고선경 시인현대시/한국시 2025. 11. 19. 22:40
아래의 시는 오늘 오후 KBS 라디오 클래식 FM에서 백승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FM풍류마을》에서 소개된 시이다. 전문은 아래와 같다.
돈이 많았으면 좋겠지 - 고선경 시인
담배는 끊었으면 좋겠고
가페에서 아이스커피를 사 먹고 싶지 가끔은
친구들에게 꽃이나 향수를 선물하고 싶어
오늘은 재료 소진으로 일찍 마감합니다
팻말을 본 사람들이 아쉬워할 때
나는 그 가게의 주인이 되고 싶지
매일이 소진의 나날인데
나를 찾아오는 발길은 드물지
돈을 많이 벌고 싶지
사랑도 하고 싶은데 잘하고 싶은 거지
나를 구성하는 재료의 빛깔과 질감
누가 좀 만져줬으면 좋겠어
옷장 속에서 남몰래 축축해질 때도
누가 나를 꺼내 좀 털어줬으면
모처럼 단잠에 빠졌다가 영원히 깨어나지 않는
그런 걸 소망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내 주변엔 많다
어제나 오늘로 충분한 게 아니고
내일이 과분해서
그런데 사랑은 해야겠지
얼마나 정직할 수 있을까 돈과 노동과 사랑 앞에서
정직한가 돈과 노동과 사랑은
만져지지 않는 부위가 만져지기를 바라는
그런 걸 소망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바로 나인 것
슈퍼에 가면 불빛 반지라고 적힌 사탕을
오래도록 바라보는 한 아이가 있다
손가락 위에서 달콤하게 빛나는
내일이라는 약속이 필요한 거지 우리는
- 고선경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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