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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을 먹으며 / 최규장현대시/한국시 2009. 7. 4. 09:31
수박을 먹으며 / 최규장
<똥에 대한 기억> 중에서
수박을 먹으며
무슨 씨가 이리 많으냐고
불만을 늘어놓네.
하지만
씨를 가리는 재미없이 먹는
수박이 뭐 그리 맛있겠는가.
먹기 위해서 씨를 가려야 하는 일이
더러 번거롭기도 할 터이지만
기실 그 씨가 자라서
속 붉은 배부른 수박이 된다는 거
우리의 갈증을 풀어 줄 기쁨이 된다는 거
잊지 말아야 하네.
우리는 누구나
수박 속의 거추장스러운 씨이면서
우리는 누구나
먹음직스러운 수박의 붉은 살점이라는 거
그거 잊지 말아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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