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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復活)과 상춘(賞春)아름다운 인생/아름다운 삶 2009. 4. 12. 15:21
너무나 한가하고 조용해서 졸음이 쏟아지는 나른한 부활절 오후이다. 실제로는 보통 일요일 오후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이런 주일을 위해 나는 그 동안 부활을 나름 열심히 준비했던가?
나름대로 사순기간 동안 열심히 준비하고 부활을 맞는다고 하였는데 여전히 미진했던 부분이 있지만 주님은 다 이해하여 주실 거라 믿는다.
부활은 죽었던 생명이 다시 생명을 회복하는 것 즉 소생 혹은 회생인 것이다. 예수의 부활은 자기도 하느님이니까 스스로 알아서 시간이 되니까 자동으로 부활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라는 성부의 힘에 의한 것이다. 하느님인 예수를 포함해 그 누구도 스스로 부활할 수 없다는 점 기억하고 싶다. 나의 삶과 고통이 아버지 하느님을 감동시킬 정도로 정성을 다했다면 그분에 의해 부활이 이뤄진다고 믿고 싶다. 내가 아직 그 경지에 이르지 못했기에 부활의 체험이 없다고 본다.
또 하나 사도신경에 의하면 예수는 부활하기 전에 저승에 가셨다. "저승에 가다"는 건 무엇인가? 저승에 가다는 표현은 영어로 "He descended to the dead."이다. 개인적으로 볼 때, 이 표현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나 개인의 묵상에 의하면, 하나는 죽은 사람들이란 그 누구에 의해서도 돌봄 요즘 말로 케어care를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인데, 이들을 돌보러 예수가 들렀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내가 부활하기 위해, 내가 다른 차원의 삶을 살고 싶으면 아무도 돌보지 않는 그런 사람들을 돌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는 거 같다.
또 하나는 저승에 들렀다는 건 아무도 돌봄을 해줄 수 없는 경지, 아무에게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지경, 다시 말해 바닥체험(experience of hitting the bottom)(O Happy Fault의 저자 Rober M. Garrity 신부가 이 책에서 얘기하듯)이라고 보고 싶다. 그런 체험을 해야 다른 차원의 삶 혹은 부활의 삶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바깥에는 온 갖 봄꽃들이 한창 제 멋을 내고 있다. 이른 바 賞春(상춘)의 시기이다. 매화, 개나리, 유채, 목련, 철쭉, 벚꽃, 복숭아꽃 등. 거의 매일 뒷산을 다니고 있고 또 주 한 번은 근처의 산을 찾아 등산을 하며 상춘을 하고 있다. 부활의 기쁨을 자연에서 맛볼 수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기실 이 꽃들이나 풀과 나무들도 한 겨울의 혹독한 추위을 이겨내고 다시 생명의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며 이 꽃은 아름다움도 보여주지만 줄기를 튼실하게 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는 것이다. 꽃하면 의례 열매를 떠올리는데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닌 것이다. 특히 봄에 피는 꽃은 열매가 아니라 줄기를 튼실하게 해주기 위한 꽃이라 한다. 꽃에도 어느 시기 피느냐에 따라 봄이냐 여름이냐 가을이냐 겨울이냐에 따라 나름의 소임 혹은 역할이 있는 것이다.
나의 부활이 봄에 안 이뤄진다고, 나의 부활이 여름에 안 이뤄진다고, 나의 부활이 가을에 안 이뤄진다고, 나의 부활이 겨울에 안 이뤄진다고 한탄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부활 자체도, 변화된 삶 자체도 의미 있지만, 그 과정의 삶도 그 만치 의미 있다고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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