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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 박원자현대시/한국시 2009. 7. 8. 17:46
시장에서 / 박원자
<하늘빛 너의 향기>에서
고추 장단지에 더덕이 안 보여
이른 아침 달려 간 시장
오늘 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인정 많은
아줌마되어 다 사주고 싶다
검버섯이 얼굴 가득한 저 할머니
풀이 죽어있는 저 아저시
까맣게 그을려 나이를 알 수 없는
키 작은 아줌마도 자기 것은
꼭 사줘야 한다는 간절한 눈빛
차마 눈 맞추기가 겁난다
몇 바퀴 돌아 이리저리 살피고
안 사면 후회한다는 야생 더덕을 산 후
꽃게를 사는데 그 놈 날 언제 봤다고
반가워 꽉 물어버리는지
오랜만에 만난 임의 입맞춤보다 더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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