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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 변영로 (1898-1961)현대시/한국시 2009. 4. 16. 21:17
봄비 / 변영로 (1898-1961)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졸음 잔뜩 실은 듯한 젖빛 구름만이
무척이나 기쁜듯이 한없이 게으르게
푸른 하늘 위를 거닌다
잃은 것 없이 서운한 나의 마음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어렴풋이 나는 지난 날의 회상같이
떨리는 뵈지 않는 꽃의 입김만이
그의 향기로운 자랑 안에 자지러지노나
아, 찔림없이 아픈 나의 가슴
나직하고 그윽하게 부르는 소리 있어
나아가 보니 아, 나아가 보니
이제는 젖빛 구름도 꽃의 입김도 자취 없고
다만 비둘기 발목만 붉히는 은실 같은 봄비만이
소리도 없이 근심같이 내리누나
아, 안 올 사람 기다리는 나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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