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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하여 / 정호승 (1950-)현대시/한국시 2009. 4. 19. 09:23
결혼에 대하여 / 정호승 (1950-)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중에서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가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 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깎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깎아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먹을 줄 하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 장쯤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오면 땅의 벌레 소리에 귀기울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소삭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
결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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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후배의 동생의 결혼식 날이라 이 시를 선택하였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를 진심을 다하여 기도한다. 아울러 이 세상의 모든 가정이 가정폭력이 없는 평화로운 가정이 되기를 기원한다.
이 시와 더불어 읽어도 좋은 시 두 편은 같은 시인의 <반지의 의미>와 함민복 시인의 <부부>를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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