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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고독이란 빛깔의 예봉산 감로주현대시/한국시 2009. 9. 11. 14:21
고독이란 빛깔의 예봉산 감로주
글 / 수수밭길 (김용배)
여기요!
막걸리 말고
예봉산표 감로주 큰 거 한 병이요!감로주 한 잔에 고들빼기
한점 휘젓고
두부김치 한 움큼 입속에서
놀아나는데
예봉산 감로주 한 모금에
실없는 웃음이
실없는 여유로움이
배어 나온다.감로주 두 잔에 파김치 한점
제비뽑기하고
매운 고추 장아찌 한 닢
눈물 나게 하는데
예봉산 감로주 두 모금에
뜬금없는 한숨이
뜬금없는 "이놈에 팔자"
터져 나온다.감로주 세 잔에 묵은 김치 입술에서
빨래하고
오이소박이 늦여름 바짓가랑이
부여잡는데
예봉산 감로주 세 모금에
맥없는 서러움이
맥없는 그리움이
묻어 나온다.내가 마셔야 할 감로주는
맑은 색 아닌 누런색
내 가슴이 누런색이라
누렇게 마셔야 하나보다.오늘,
눈물 흘리면
누런 눈물 나오지 않을까?
콧물은 누런데
가끔은 맑은 콧물도 나오던데그건 그렇고,
눈물 콧물 이야기 그만 해야겠다
왜냐하면,
정말로 삐져나오면 안되니까내가,
메고 가야 할 것은
텅 빈 배낭 하나
주고 가야 할 것은
앤분의 일
안고 가야 할 것은
애증이라는 이름의 비닐봉지오늘도,
무릎이 시려 올려 하는데
가슴이 아려 올려 하는데
동공이 붉어 지려 하는데
어찌해야 하는지...,시리고,
아리고,
붉어지면,
오늘도 그전처럼
차창에 비치는 현란한 불빛들
몸으로 먹으면서
홀로 집에 가야만 하나보다.삐리릭,
도어록 열리면
언제나 외로운 섬 하나
이어지는 고독의 밤
독일병정처럼
다가오는 아침오늘도,
또 다른
비몽사몽 속
구름 위를 걷는 하루가 시작된다.- 2009년 9월 2일 예봉산 다녀와서 -
출처 : 열 린 바 다글쓴이 : 수수밭길 원글보기메모 :'현대시 > 한국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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