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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서한 1 / 나태주 (1945-)현대시/한국시 2009. 10. 10. 17:23
가을 서한 1 / 나태주 (1945-)
<우리 젊은 날의 사랑아>에서
1
끝내 빈 손 들고 돌아온 가을아,
종이기러기 한 마리 안 날아오는 비인 가을아,
내 마음까지 모두 주어버리고 난 지금
나는 또 그대에게 무엇을 주어야 할까 몰라.
2
새로 국화잎세 따다 수놓아
새로 창호지문 바르고 나면
방안 구석구석까지 밀려들어 오는 저승의 햇살.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만의 겨울양식.
3
다시는 더 생각하지 않겠다,
다짐하고 내령는 등성이에서
돌아보니 타닥타닥 영그는 가을꽃씨 몇 움큼,
바람 속에 흩어지는 산 너머 기적서로.
4
가을은 가고
남은 건
바바리코우트 자락에 날리는 바람
때묻은 와이셔츠 깃.
가을은 가고
남은 건 그대 만나러 가는 골목길에서의
내 휘파람 소리.
첫눈 내리는 날에
커질
그대 창문의 등불빛
한 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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