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시창작 관련

[스크랩] 시적 대상과 심리적 거리 / 오규원

밝은하늘孤舟獨釣 2009. 10. 26.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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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적 대상과 심리적 거리(시적표현과 더불어 염두에 두어야 할 문제들)


1)부족한 거리조정


외치고 싶다
바다를 향해
바그너의 악보처럼, 고호의 붓끝처럼
봄으로 채색된 나의 필통속에
20년을 잠자는 오직 하나의 펜으로
호반 아래 앙금처럼 가라앉은
우리의 오색 언어들이
땀과 눈물과 마지막 피한방울에 섞여
하늘에 파도 칠 때 까지
막차떠난 플렛포옴에서
첫차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바다를 향해 노래하고 싶다


-대상이 욕망에 가리워지고 감정에 휩싸인 형태, 대상과 인식주체사이에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함. 특히      부분은 대상과의 심리적 거리가 감정적으로 밀착되어있어 피상적인 인식의 세계만 보여주는 통례



2) 초과한 거리조정


그녀가
물속으로 자맥질해 들어가고부터는
파문이 일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녀가 물속에서 얼마나 있다가
나오는지는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언젠가는 물속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외견상으로는 대상(그녀의 자맥질)을 담담하게 그려 놓았지만 “따가운 햇살이 어색하다”면서 물속으로 들어간 핵심적 정황에 대해 아무런 명시적, 암시적표현이 없다. 유일하게 이싯구가 대상과 인식 주체사이에 정서적 교감은 있다. 그러나 작가는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얼마나 있다가/ 나오는 지”알 수 없지만“나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당연한 말만 옮겨 놓았다. 형식적인 관찰은 정서의 결핍에 의한 대상과 작가사이의 이완현상이다.그래서 논리적 경사가 심한 작품의 형태로 나타난다


-오규원의 현대시작법 중 -

출처 : 열 린 바 다
글쓴이 : 양현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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