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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길 / 권달웅 (1944-)현대시/한국시 2009. 11. 13. 10:00
같은 길 / 권달웅 (1944-)
<초록세상>에서
나는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걷는다.
포장된 길을 걸어나아가
초침처럼 정확한 출근을 하여
같은 일을 한다.
내 집은 너무 잘 정돈된 집이라서
청소가 필요없다.
오늘은 어제와 같이 네모 반듯하고
내일은 오늘과 같이 네모 반듯할 것이니
미래는 또 얼마나 반듯이 만들어질 것이냐.
매일 바쁜 길을 가면서
바쁜 사람 만나고 바쁜 일 하다가는
나는 내 얼굴을 잃어버릴 것같아
오늘은 바쁜 걸음 늦추면서
포장된 길을 벗어나
일부러 구불구불한 둑길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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