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추의 마음 / 나희덕 (1966-)현대시/한국시 2009. 12. 3. 11:55
배추의 마음 / 나희덕 (1966-)
배추에게도 마음이 있나보다
씨앗 뿌리고 농약 없이 키우려니
하도 자라지 않아.
가을이 되어도 헛일일 것 같더니
여름내 밭둑 지나며 잊지 않았던 말
- 나는 너희로 하여 기쁠 것 같아.
- 잘 자라 기쁠 것 같아.
늦가을 배추포기 묶어 주며 보니
그래도 튼실하게 자라 속이 꽤 찼다.
- 혹시 배추벌레 한 마리
- 이 속에 갇혀 나오지 못하면 어떡하지?
꼭 동여매지 못하는 사람 마음이나
배추벌레에게 반 넘어 먹히고도
속은 점점 순결한 잎으로 차오르는
배추의 마음이 뭐가 다를까?
배추 풀물이 사람 소매에도 들었나 보다.
'현대시 > 한국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언7-눈에게 / 권달웅 (1944- ) (0) 2009.12.12 젬마의 노래 16 / 정지인 (0) 2009.12.09 <펌> 묵상 / 장영수 (0) 2009.11.29 하나의 과일이 익을 때까지 / 도종환 (1954-) (0) 2009.11.23 같은 길 / 권달웅 (1944-) (0) 2009.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