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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대적광전 / 주용일 (1964- )현대시/한국시 2010. 1. 8. 17:48
얼음 대적광전 / 주용일 (1964-)
<꽃과 함께 식사> 중에서
계곡으로 물고기 잡으러 따라 나섰다가
깨진 얼음장 속에 꽁꽁 얼어 있는 물고기를 보았다
물이 서서히 얼어오자 막다른 길목에서
물고기는 제 피와 살 버리고
투명한 얼음 속에 화석처럼 박혔다
귀 기울여도 심장 뛰는 기척이 없다
조식(調息)을 하는지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사랑하면 사랑에 목숨 묻기도 하듯이
물 속에 살기 위해선
얼음이 되는 것을 두려워 말아야 한다
이글루 짓고 들어앉은 에스키모처럼
은빛 지느러미 접고 아가미 닫고
사방 얼음벽 둘러친 무문(無門)의 집에서
물고기는 다시 올 봄을 아예 잊었다
얼음장이 그대로 고요한 대적광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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