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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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토지 10의 명문: 추악한 것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애국심사람되기/인문학 2024. 11. 2. 12:18
토지 10의 명문이용의 아들 이홍이 한 말:그는 곤도를 증오했고 군대를 증오했고 인간의 추악한 면을 혐오하며 분노했던 것이다. 그는 애국심이 그런 추악한 것인 줄 몰랐다. 군대에 오기 전까지는. 추악한 것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애국심이라면 그는 그 애국심에 침을 뱉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남을 동정할 겨를이 없었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 동정했다.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외쳐볼 수 없는 군대규율의 제물인 자기 자신을 동정한 것이다. 토지 10권, 224쪽~225쪽 위의 구절을 보면서 뉴스에 여러 차례 등장하였던 몇 가지 사건들이 떠올랐다. 본래의 의미에서 애국심은 좋은 것이지만, 실제 우리 현실의 삶에서 애국심이란 말 속에는 많은 추악함이 숨어있다. 이런 사실을 작가는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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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토지4의 명문장: 악은 악을 기피하는 법이다사람되기/인문학 2024. 10. 4. 22:56
요즘 뉴스에 자꾸 여사라는 분에 관한 얘기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우연히 아래의 구절을 읽다가 그 말이 많은 여사라는 분이 떠올랐다. 박경리 선생의 악에 관한 통찰은 너무 예리하고, 정확한 거 같아, 나로선 놀라울 정도다. 사람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혜안이 담겨 있는 명문장이 아닐 수 없다. 토지4(1부 4권) 365쪽제5편16장 악(惡)은 악(惡)을 기피하는 法이다어리석은 삼수. 그가 아무리 악독하다 한들 악의 생리를 몰랐다면 어리석었다 할밖에 없다. 악은 악을 기피하는 법이다. 악의 생리를 알기 때문이다. 언제나 남을 해칠 함정을 파놓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궁극에 가서 악은 삼수가 지닌 그와 같은 어리석음을 반드시 지니고 있다. 왜냐, 악이란 정신적 욕망에서든 물질적 욕망에서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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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토지1의 명문장: 한가위사람되기/인문학 2024. 9. 2. 09:57
박경리 선생의 속 팔월 한가위는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27쪽에서 28쪽에 나온다. "팔월 한가위는 투명하고 삽삽한 한산 세모시 같은 비애는 아닐는지. 태곳적부터 이미 죽음의 그림자요, 어둠의 강을 건너는 달에 연유된 축제가 과연 풍요의 상징이라 할 수 있을는지. 서늘한 달이 산마루에 걸리면 자잔한 나뭇가지들이 얼기설기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소복 단장한 청상의 과부는 밤길을 홀로 가는데--- 팔월 한가위는 한산 세모시 같은 처량한 삶의 막바지, 체념을 묵시(默示)하는 축제나 아닐는지. 우주 만물 그 중에서도 가난한 영혼들에게는." "가을의 대지에는 열매를 맺어놓고 쓰러진 잔해가 굴러 있다. 여기저기 얼마든지 굴러 있다. 쓸쓸하고 안쓰럽고 엄숙한 잔해 위를 검시(檢屍)하듯 맴돌던 찬 바람은 어느 서슬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