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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펌>건축으로 수행하기, "불편한 건축이 영성에 좋아"
    아름다운 인생/종교 2010. 3. 24. 09:03

    건축으로 수행하기, "불편한 건축이 영성에 좋아"
    -우리신학연구소 평상에서 건축가 이일훈 씨, '채 나눔 설계' 소개
    2010년 03월 19일 (금) 11:05:11 경동현 기자 kdh1225@gmail.com

       
    ▲이일훈 씨와 김정식 씨

    우리신학연구소 <평상>은 일상의 이야기를 복음의 눈으로 다시 읽고 묵상해, 시골 평상 마루에서 이야기하듯 신자들과 쉽게 나눈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강하고 많이 소유하는 것만 좋은 것이라 여기는 세상에서 예수의 삶을 따르고자 하는 이들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 가를 말하기 위해 2010년 <평상>은 “세상 안에서 세상과 다르게”라는 큰 주제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3월 10일 청주교구 모충동성당에서 열린 첫 번째 평상(平床)은 ‘채 나눔 설계 방법론’을 주창하는 건축가 이일훈 선생을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해, 생활성가 가수 김정식 선생의 사회로 진행됐다.

    ‘전국 최대 규모의 병원’, 교구마다 거대하게 짓는 무슨 무슨 기념성당, 영성센터 등 언제부턴가 가톨릭교회는 크고 화려한 건물을 짓는데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종교 인구조사처럼 지난 10년간 가톨릭교회는 타종교에 비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으니 크고 화려한 건물을 지어 하느님께 봉헌하는 일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 걱정스러운 점은 크고 화려함을 쫓는 모양새가 과연 복음적인가 하는 점이다. 물건 사듯 집을 소비하는 시대다. 넘쳐나는 아파트 광고가 보여주듯 집은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인격이라도 대변하는 것일까? 교회는 이러한 자본의 논리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 돌아볼 일이다.

    건축가 이일훈 선생은 삶다운, 집다운, 일상다운 건축은 건축 자체에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사는 방식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신자들 삶의 방식에 대한 성찰이 성전을 짓는데 가장 크게 고려돼야 할 부분이고, 역으로 그렇게 지어진 성전은 신자들에게 삶의 방식을 바꾸도록 무언의 가르침을 준다는 말로 알아들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 이일훈 씨가 설계한 청주교구의 ‘하늘담은 생극성당’ 방문을 추천한다.

       
    ▲성전 입구에 들어서서 찍은 사진-그리스도인의 삶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웅변하듯, 성당 출입문에서 제대로 가는 길은 점점 아래를 향하고 있다.
       
    ▲“하늘담은 성당”, 이름에 걸맞게 제대 위로 쏟아지는 햇빛이 불을 밝힌듯하다.

     

     

     

     

     


     

    이번 평상에서는 김정식 선생이 작곡한 ‘지상에서 천국처럼’이라는 짧은 노래가 처음 발표되기도 했는데 이일훈 선생은 "그리스도인들이 ‘지상에서 천국처럼’ 사는 첫 번째 방법은 불편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들이 지상에서 편하게 살려고 욕심을 부릴수록 이 지상은 천국이 아니라 지옥이 된다는 말이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와 환경오염, 자원 고갈 등은 나만 편하자고 생각했던 우리들 욕망의 산물인 것이다. 잠시 그의 이야기를 좇아가보자.

    제가 ‘채 나눔’이라는 설계 방법론을 주창하면서 첫 번째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사는 방식’입니다. 집을 어떻게 지을까, 무슨 색을 칠할까 하는 생각은 한참 뒤의 문제입니다. 집을 지을 때마다 제가 근본적으로 하는 생각은 ‘불편하게 살아야 된다. 집은 좀 불편한 게 좋은 집이다’하는 것입니다.

    그 불편함이 좋은 것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몸에 좋은 음식은 가공을 덜한 것입니다. 그래서 옛날에 못 살던 시절에 먹던 음식들이 다 지금은 웰빙음식으로 고급입니다. 당뇨 안 걸리죠, 위병 안 걸리죠. 저희들 어렸을 때는 달콤한 것이 먹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달콤한 것을 잘 안 먹으려고 합니다. 아주 특별할 때가 아니면 잘 안 먹습니다.

    달콤한 것은 입이 탐합니다. 딱딱하고 가공하지 않은 것은 입에 거칩니다. 맛이 불편한 맛입니다. 사람 사는 집도 똑같습니다. 편안한 집에 살면 디스크 걸리고 건강이 나빠집니다. 자기 몸에 맞는 집보다는 불편한 집이 사람 살기에 좋은 집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세상을 굉장히 불편하게 살겠다고 각오한 사람은 세상이 늘 천국이지요. 불편한 집을 지으면 편안한 집이 부럽지 않습니다. 마음속에 끝없이 편안한 집을 짓기 시작하면 조금이라도 불편한 집에 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편안한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적응됩니다.

    저는 또 모든 동선을 “늘려 살자”고 얘기합니다. 19세기 이후의 건축은 모든 것을 줄이는 데 몰두했습니다. 이를테면 거실 옆에 바로 화장실이 있습니다. 다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붙어 있는 것이 굉장히 편한 것 같지만 몸을 게으르게 합니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몸이 부지런해져야 덜 아픕니다. 같은 시설이라도 멀리 떨어뜨려 놓자는 게 제 주장입니다.

       
    ▲생극성당
    이런 이유 때문에 이일훈 씨가 지은 성당과 수도원 건물의 사제관, 수도자 숙소에서 성당을 가려면 꼭 밖으로 나와 흙길을 걸어야 한다. 실내에서 이동하는 거라면 별 생각 없이, 준비 없이 갈 수도 있겠지만 별도의 건물이라면 사정이 좀 다르다.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겠다고 서원한 이들에게 이런 불편함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 이일훈 선생의 생각인 듯하다.

    또한 이 자리에서 우리 모두는 실내에 들어와 있는데, 제 주장은 되도록 봄부터 가을까지는 ‘밖에 살자’는 것입니다. 안에만 들어와서 사는 것은 의식구조부터 몸까지 다 속박합니다. 그러니까 웬만하면 밖에 살자는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말하는 것은 지금 세상에서 집을 지으려는 방식과 모든 게 거꾸로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편안하게 살려고 하는데 저는 “불편하게 사십시오” 하고 권유하고요. 모든 사람들은 실내에 살려고 하는데 “아닙니다, 밖에 삽시다” 권유합니다. 모든 것을 줄이려고 하는데 “아닙니다, 늘립시다” 하고 저는 주장합니다.

    그런데 제 주장이 제 개인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이 그렇게 살았습니다. 우리가 잠깐, 몇 십년동안 잊었던 것뿐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옛 조상들의 지혜대로 불편하게 살고, 늘려 살고, 밖에 살자.

    이 세 가지 삶의 방식은 생태나 환경 운동에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의식주 모든 것이 좋은 재료일수록 불편하게 여겨지는 것이거든요. 집이라고 하는 공간도 불편함을 그렇게 겁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즐기는 게 좋겠습니다.

    불편하게 살기, 밖에서 살기, 늘려 살기를 묶은 것이 바로 그의 ‘채 나눔 설계 방법론’인데 이는 그리스도인들이 말하는 깨어 살고, 식별하는 삶을 권하는 영성 생활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예수의 복음을 삶으로 살아내는 일에 오랜 수행이 필요하듯, ‘채 나눔 설계 방법론’을 적용하려면 건축비말고도 상당한 수행이 필요해 보인다.

    2010년 우리신학연구소 평상(平床) 일정

    ● 3월 27일(토) 오전 10시, 의정부교구 일산 후곡성당(권혁동 신부) / 이야기 주제
              - “민들레 국수집, 가난한 부자들의 나눔 이야기” - 서영남(민들레 국수집 주인장)
    ● 4월 30일(금) 오후 7시, 인천교구 만수6동 성당(이경환 신부) / 이야기 주제
              - “평등(坪等?) 사회에서 거룩하게 살기” - 엄기호(「닥쳐라 세계화」 저자, 문화인류학 전공)
    ● 5월 9일(일) 오전 11시, 인천교구 서운동 성당(조성교 신부) / 이야기 주제
              - “함께 잘 먹고 잘 사는 법” - 심영태(의정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 생활공동체위원장)
    ● 6월 (미정) / 이야기 주제 - “익숙한 것들과의 이별 연습 (예수살이공동체 OFF운동에 대해)”

    우리신학연구소 평상은 하반기(9월 이후)에도 지속될 예정입니다. 본당에서 평상 프로그램을 갖기 원하시는 분은 ☎ 02-2672-8344 / 메일 kdh1225@gmail.com으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경동현 (우리신학연구소 우리신학배움터 “울림” 기획실장)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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