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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관계 / 박남준(1957-)
    현대시/한국시 2010. 4. 23. 19:10

     

    아름다운 관계 / 박남준 (1957-)


    바위 위에 소나무가 저렇게 싱싱하다니

    사람들은 모르지 처음엔 이끼들도 살 수 없었어

    아무것도 키울 수 없던 불모의 바위였지

    작은 풀씨들이 날아와 싹을 틔웠지만

    이내 말라버리고 말았어

    돌도 늙어야 품안이 너른 법

    오랜 날이 흘러서야 알게 되었지

    그래 아름다운 일이란 때로 늙어갈 수 있기 때문이야

    흐르고 흘렀던가

    바람에 솔씨 하나 날아와 안겼지

    이끼들과 마른 풀들의 틈으로

    그 작은 것이 뿌리를 내리다니

    비가 오면 바위는 조금이라도 더 빗물을 받으려

    굳은 몸을 안타깝게 이리저리 틀었지

    사랑이었지 가득 찬 마음으로 일어나는 사랑

    그리하여 소나무는 자라나 푸른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을 타고 굽이치는 강물 소리 흐르게 하고

    새들을 불러모아 노랫소리 들려주고


    뒤돌아본다

    산다는 일이 그런 것이라면

    삶의 어느 굽이에 나, 풀꽃 한 포기를 위해

    몸의 한편 내어준 적 있었는가 피워본 적 있었던가


    출전: 문학동네 시집 41,『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문학동네,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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