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마당에서 / 이상국현대시/한국시 2010. 9. 29. 18:07
장마당에서 / 이상국
우리나라 나이 잡수신 길들은
아직 장마당에서 만난다
장작을 여 내 고무신을 바꾸고
소를 내다 팔아 며느리를 보던 사람들
난전 차일 아래 약장수가 놀고
장돌뱅이들 이악스럽게 설쳐대도
농사꾼들은 해마다 낫과 쇠스랑을 벼리고
감자꽃 같은 아낙들 무릎맞중을 하고
산 너머 집난이 소식 끝에 치마폭에 코를 풀던 곳
때로는 사는 게 팍팍하여
참나무 같은 어깨를 부딪치며
막걸리 사발에 가슴을 데우거나
우전머리에서 송아지 엉덩판 후려치며
공연히 음성 높이던 사람들 다 어디 가고
우리나라 울퉁불퉁한 길들만
장마당에서 겨우 만나고 헤어진다
-시집 '집은 아직 따뜻하다'에서
1946년 강원도 양양 출생. 1976년 '심상'등단. 시집 '동해별곡' '우리는 읍으로 간다'등.
이 시 역시 <낭독의 발견>에서 찾은 시다.
'현대시 > 한국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세기 55장 9절 / 박춘식 (0) 2010.09.30 죽고 싶으면 / 박춘식 (0) 2010.09.30 아무르 강가에서 / 박정대 (0) 2010.09.29 아버지 걸으시는 길을 / 임길택 (0) 2010.09.29 흔들리는 마음 / 임길택 (0) 2010.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