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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의 얼굴 / 마종기현대시/한국시 2010. 10. 27. 21:15
맑은 날의 얼굴 / 마종기
그만한 고통도 경험해보지 않고
어떻게 하늘나라를 기웃거릴 수 있겠냐구?
그만한 절망도 경험해보지 않고, 누구에게
영원히 살게 해달라 청할 수 있겠냐구?
벼랑 끝에 서 있는 무섭고 외로운 시간 없이
어떻게 사랑의 진정을 알아낼 수 있겠냐구?
말이나 글로는 갈 수 없는 먼 길의 끝의 평화,
네 간절하고 가난한 믿음이 우리를 울린다.
오늘은 날씨가 밝고 따뜻하다.
하늘을 보니 네 얼굴이 넓게 떠 있다.
웃고 있는 얼굴이 몇 개로 보인다.
너같이 착하고 맑은 하늘에
네 얼굴 자꾸 넓게 번진다.
눈부신 천 개의 색깔, 네 얼굴에 번진다.
시집 <이슬의 눈> 중에서 (문학과 지성사 1997)'현대시 > 한국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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