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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정 추기경의 "개념 없는 말"아름다운 인생/종교 2010. 12. 11. 18:06
정 추기경의 "개념 없는 말" [기고-이제민] 2010년 12월 10일 (금) 17:08:18 이제민 . “주교단에서는 4대강 사업이 자연파괴와 난개발의 위험이 보인다고 했지 반대한다는 소리를 한 것은 아니다. 위험이 보인다고 했으니 반대하는 소리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위험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개발하도록 노력하라는 적극적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정진석 추기경의 발언은 4대강 파괴에 대하여 우려를 표명한 다른 동료 주교들을 무시하는 처사이기도 하지만 ‘개념 없는 말’로 사회를 혼란하게 한다. 개념 없는 말은 사람을 ‘개념 없는 자’로 만든다. 개념 없는 말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이 상책이지만 그 말이 언론을 타고 세상을 돌아다니니 걱정이다.
"4대강 사업도 발전을 위한 개발이라면 무난하다"는 정 추기경의 토는 또한 개념 없는 정치인의 4대강 사업을 부채질하는 격이어서 마음이 더욱 아프다. “발전을 위한 개발”은 무엇이고 “파괴를 위한 개발”은 무엇인가? 정 추기경의 발언은 개발과 발전, 종교와 정치라는 개념에 대한 성찰부족으로 인해 튀어나온 말이다. 세상에 어느 정치인이 “나는 지금 자연을 파괴한다”고 선언하며 자연을 파괴하겠으며 세상의 어느 종교인이 자연을 파괴해도 좋다고 설교하겠는가?
이런 궤변 앞에서 세상을 창조하시고 나서 “보시니 좋았다”고 하신 하느님의 마음은 어떠하실까? 인간은 개발과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을 파괴할 수 있고, 정의의 이름으로 불의를 행할 수 있고, 평화의 이름으로 전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사랑의 이름으로 폭력을 가할 수 있다. 이런 폭력 앞에서는 정치인이든 종교인이든 모두가 입을 열어야 한다. 이렇게 입을 여는 것은 정치적인 발언이 아니다.
▲ 사진/한상봉 기자 이런 면에서 "발전을 위한 개발이냐, 파괴를 위한 개발이냐는 자연과학자들, 전문가들이 다루는 문제이지 종교의 분야는 아니다"라거나 “정치, 경제문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는 것은 분수에 맞지 않는다.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밤새면서 전력을 다하는 전문가들이 있고, 경제 문제도 마찬가지”라는 추기경의 개념 없는 발언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추기경이 스스로를 “하느님 백성을 이끌어야 하는 지도자의 자리에 있는” 자라고 소개하고,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 지도자, “자기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닌” 지도자, “많은 사람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자리에 있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지도자로 여기고 있기에 우리는 더욱 슬픔을 느낀다.
자신은 "전문가가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지만 하느님 뜻을 헤아리는 데는 밤낮 생각하니까 하느님 뜻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 있다”고 하는 추기경의 말은 종교인으로 할 말을 하지 않겠다는 그야말로 '정치적인' 발언과 다르지 않다. 종교인이 4대강에 대해 발언하는 것을 정치에 관여하는 것으로 여기며 침묵하겠다는 태도는 곧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소위 정치인들이 정치를 하는 동안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는 종교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정추기경의 이런 발언은 “정치는 정치인에게 종교는 종교인에게”라는 항간의 논리를 그대로 대변한다.
하지만 사제는 직업 정치인이 될 수 없지만 국민의 관심사를 자기의 관심사로 삼아야 한다. 사제는 전문 정치인은 될 수 없지만 국민의 건강, 자연보호, 생명보호, 남북문제, 사회정의와 평화 등 인간의 관심사에 소홀할 수 없다. 이것들은 직업 정치인들만이 다룰 수 있는 그들만의 관심 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한 정치인이라면 종교적이어야 하고, 진정한 종교인이라면 정치의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정치는 인간의 일이고, 인간의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은 종교인의 지당한 사명이기 때문이다. 종교인이 정당 정치인이 되라는 말은 아니다. 이는 정치인보고 사제나 스님이 되라는 말이 아닌 것과 같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가꾸는 일은 정치인이든 종교인이든, 노동자든 기업주든, 기득권자든 가난하고 힘없는 자든 인간이라면 모두가 가져야 할 인간의 관심사며 의무이다. 이 일은 정치인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명하신 것이다.
정추기경에게서 탐욕을 버린 진정 종교인의 모습을 보고 싶다.
이제민 / 신부. 마산교구 반송성당 주임. 1986년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광주 가톨릭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 본당 사목을 하고 있다. 저서로 <교회-순결한 창녀>, <하느님의 얼굴>, <교회는 누구인가?>, <우리가 예수를 사는 이유는?> 등 다수가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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