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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성탄 / 김남조현대시/한국시 2010. 12. 25. 23:56
올해의 성탄
-김남조
크리스마스는
등불을 들고 성당에도 가지만
자욱한 안개를 헤쳐
서먹해진 제 영혼을 살피는 날이다
유서를 쓰고 거기에 서명을 하듯,
한 줄의 시를 마지막인 양
적어보는 날이다
어리석고 뜨거운 나여
만월 같은 연모라도 품는다면
배덕의 정사쯤 어이없이 저지르고 말
그리고 외롭고 맹목일 열에
내 두뇌를 까맣게 태워가고 있다
하여 크리스마스는
석양의 하늘에
커다랗게 성호를 긋고
구원에서 가장 먼 사람이
주여, 부르며 뿌리째 말라 버린
겨울 갈대밭을 달려가는 날이다
출처: 김남조, <기도>, 고요아침, 104쪽'현대시 > 한국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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