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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펌>"그분께서는 몸이 없습니다, 당신 몸밖에는"
    아름다운 인생/종교 2011. 1. 3. 09:21

     

    "그분께서는 몸이 없습니다, 당신 몸밖에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편집국에서 새해 인사 드립니다
    2010년 12월 31일 (금) 17:00:20 한상봉 isu@nahnews.net

    2010년, 그래요, 2010년 한 해는 가슴 아픈 일이 많았습니다. 이럴 때 통감(痛感)이란 표현을 써야 하더군요. 사전에는 "마음에 사무치게 느낌"이라 적혀 있네요. 정말 용두사미 격으로 용산참사 문제가 타결되고, 4대강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319일째 천주교연대 신부님들이 두물머리에서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했지만, 도무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팔당 농민들도 지쳐서 경기도의 제안을 받아들인 상태입니다.

    정의구현전국사제단에서는 명동에서 국회 앞에서 미사를 봉헌했지만, 한나라당에서는 날치기로 4대강 예산을 통과시키고 나라는 절망적인 반인권적 상태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의 파행적 운용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여전히 겪는 고통과 출입국 관리소의 '추격자' 행세가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공에 올라가 항의하고, 성소수자들은 차별에 시달리고, 청년들은 실업을 면하지 못한 채 거리를 서성거리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교회는 너무도 무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님이신 예수께선 생애의 벼랑 끝에서 십자가에 매달리셨지만, 우리는 그분을 다만 안온한 보금자리에서, 명동성당에 안치된 십자가 위에서나 감상하는 듯합니다. 아마 이 때문에 문정현 신부님도 명동성당을 떠나지 못하고 '거룩한 분노'를 다스리고자 서각을 하고 계신지 모릅니다. 한 땀씩 칼끝을 후벼 기도를 새기고 계신 모양입니다. 그 간절함에 응답할 수 있다면 교회도 세상도 당장에 구원될 것입니다.

    명동에서 순식간에 사제들의 천막을 거두어 간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성당 들머리에 촛불을 들고 앉아 있을 때 물뿌리개를 들고 나타난 이들은 어떤 신앙인입니까? 불쑥 동아일보에 '정치 사제' 운운하며 비싼 돈 들여가며 광고를 올리는 노인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요? 하느님의 나라가 닿지 않는 눈길이 없을 텐데, 정치적 영역과 종교적 영역을 애써 가름하며 시시비비를 따지는 이들의 마음의 나라는 어디입니까? 다만 인간을 사랑한 이유로, 그것도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위해 헌신했다는 이유로 '정치적 죄목'으로 처형된 분이 예수 그 어른 아니던가요?

    다 된 밥에 재 뿌리고 지나가며, 명동성당을 재개발하겠다고 교회가 나설 때, 하느님께서는 "내겐 따로 집이 필요 없다. 이 우주 공간 어디고 내 집이 아닌 곳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시지 않을까요? 그래서 우리는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이 내 욕심을 채우자는 것인지, 아니면 그분 일을 돕자고 하는 것인지' 살피고 성찰하고 반성하고 따져 보아야 합니다. 그분의 필요에 응답하는 것, 그것이 그리스도인들의 몫입니다. 내 필요에 내가 응답하는 것을 거룩하고도 화려한 미사여구로 장식해 합리화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역시 내부적으로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분께서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주셨다고 믿기에 엎드려 감사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문득 다시 한번 아빌라의 성녀 데레사가 바친 기도를 떠올리게 됩니다. 

    Christ has no body now but yours
    No hands, no feet on earth but yours
    Yours are the eyes through which He looks
    Compassion on this world

    그리스도께서는 이제 몸이 없습니다.
    당신의 몸밖에는
    그분께서는 손도 발도 없습니다.
    당신의 손과 발밖에는
    그분께서는 당신의 눈을 통하여
    이 세상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고 계십니다.

    Yours are the feet
    with which He walks to do good
    Yours are the hands
    with which He blesses all the world
    Yours are the hands
    Yours are the feet
    Yours are the eyes
    You are His body

    당신의 발로 세상을 다니시며
    선을 행하고 계십니다.
    당신의 손으로 온 세상을 축복하고 계십니다.
    당신의 손이 그분의 손이며
    당신의 발이 그분의 발이며
    당신의 눈이 그분의 눈이며
    당신이 그분의 몸입니다.

    Christ has no body now but yours
    No hands, no feet on earth but yours
    Yours are the eyes through which He looks
    Compassion on this world
    Christ has no body now on earth but yours

    그리스도께서는 이제 몸이 없습니다.
    당신의 몸밖에는
    그분께서는 손도 발도 없습니다.
    당신의 손과 발밖에는
    그분께서는 당신의 눈을 통하여
    이 세상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고 계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이제 몸이 없습니다.
    당신의 몸밖에는  

    오는 새해에도 우리는 자신의 일이 아닌 그분의 일을 하고 싶습니다. 좀 더 분명히 말하자면, 우리 자신의 일을 통해 그분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그분이 들려주시고 싶어 하시는 이야기를 전하고, 그분이 사랑하던 연약하고 가난한 이들을 돌보며, 그분이 혈육처럼 내어놓은 교회가 그분처럼 겸손하고 그분처럼 정의롭고 그분처럼 자비 가득하기를 바라고 바랍니다. 이 길에서 여러 독자를 만나고 싶습니다. 만나 이야기 나누고, 그래서 행복하고 싶습니다. 아픔 속에서도 빛나는 뜨거운 눈물 흘리고 싶습니다. 

    독자들이 지난 한 해 동안 보여주는 성심(誠心)에 감사드리며, 하느님의 자비를 청합니다.

    2011년 1월 1일 편집국장 한상봉 드림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nah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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