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 / 오세영 시인현대시/한국시 2011. 12. 18. 13:47
음악 / 오세영
잎이 지면
겨울 나무들은 이내
악기가 된다.
하늘에 걸린 음표에 맞춰
바람의 손끝에서 우는
악기,
나무만은 아니다.
계곡의 물소리를 들어보아라.
얼음장 밑으로 공명하면서
바위에 부딪쳐 흐르는 물도
음악이다.
윗가지에서는 고음이,
아랫 가지에서는 저음이 울리는 나무는
현악기,
큰 바위에서는 강음이
작은 바위에서는 약음이 울리는 계곡은
관악기.
오늘처럼
천지에 흰 눈이 하얗게 내려
그리운 이의 모습이 지워진 날은
창가에 기대어 음악을
듣자.
감동은 눈으로 오기보다
귀로 오는 것,
겨울은 청각으로 떠오르는 무지개다.
'현대시 > 한국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대한 분필 / 나희덕 시인 (1966-) (0) 2011.12.18 소고깃국 / 곽재구 시인 (0) 2011.12.18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시인 (1948-1991) (0) 2011.12.18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 시인 (1948-1991) (0) 2011.12.18 사십대 / 고정희 시인 (1948-1991) (0) 2011.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