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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깃국 / 곽재구 시인현대시/한국시 2011. 12. 18. 13:48
소고깃국 / 곽재구
생일 아침상에 소고깃국이 오른다
물커진 누군가의 살점 새로
남해 어느 갯벌을 떠나온 굴 몇 점
수평 위에 둥 떠 있고
미역가닥 새 드리워진
삶의 비린내도 둥둥 떠 있다
한술, 가슴 적시는
단죄의 오늘의 서정을 위해
조금씩 어깨를 수그리며 복통을 앓는다
저만치 물기 잃은 우리들의 생일상에
쭈크러진 고사리와 콩나물이 얼룩지고
드리워진 미역가닥 윽박지르며
고깃점들이 국물 위에 떠오른다
생일 아침
우직하게 끌려간 자의 울음 하나
살아 있는 자의 부끄러운
꽃잎 하나를 데불고
심연 깊숙이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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