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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 / 한용운 (1879-1944)현대시/한국시 2009. 5. 6. 11:13
당신의 마음 / 한용운 (1879-1944)
나는 당신의 눈썹이 검고, 귀가 갸름한 것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마음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당신이 사과를 따서 나를 주려고, 크고 붉은 사과를 따로 쌀 때에, 당신의 마음이 그 사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나는 당신의 둥근 배와 잔나비 같은 허리와를 보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마음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당신이 나의 사진과 어떤 여자의 사진을 같이 들고 볼 때에, 당신의 마음이 두 사진의 사이에서 초록빛이 되는 것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나는 당신의 발톱이 희고, 발꿈치가 둥근 것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의 마음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당신이 떠나시려고 나의 큰 보석반지를 주머니에 넣으실 때에, 당신의 마음이 보석반지 너머로 얼굴을 가리고 숨는 것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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