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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 / 이정란
아무리 높이 솟아 있어도
홀로 선 돌을 탑이라 하지 않는다.
셋이서 다섯이서
받쳐주며 높아질 때 탑이 된다.
산길 한 쪽에
아무렇게나 쌓아진 돌탑이
흔들리면서도 무너지지 않는 건
저를 쓰러뜨리려고 수없이 다녀간 바람
정면으로 맞서지 않고
돌과 힘
힘과 돌 틈으로
화기를 보내주었던 때문이다
훗날
하늘 한 겹 끌어다 틈을 메워주는
바람의 보은으로
탑은 더욱 견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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