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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님 말씀 / 정희성 (1945-)
    현대시/한국시 2009. 5. 8. 22:51

    아버님 말씀 / 정희성 (1945-)


    학생들은 돌을 던지고

    무장 경찰은 최루탄을 쏘아대고

    옥신각신 밀리다가 관악에서도

    안암동에서도 신촌에서도 광주에서도

    수백명 학생들이 연행됐다는

    소식을 들을 때 마다

    피 묻은 작업복으로 밤늦게

    술취해 돌아 오는 너를 보고 애비는

    말 못 하고 문간에 서서 눈시울만 뜨겁구나

    반갑고 서럽구나

    평생을 빌 붙고 살아온 터전에서

    아들아 너를 보고 편하게 살라하면

    도둑놈이 되라는 말이 되고

    너 더러 정직하게 살라하면

    애비같이 구차하게 살라는 말이 되는

    이땅의 논리가 무서워서

    애비는 입을 다물었다 마는

    이렇다 하게 사는 애비 친구들도

    평생을 살 붙이고 살아온 늙은 네 에미 까지도

    이젠 이 애비의 무능한 경제를

    대놓고 비웃을 줄 알고 더 이상

    내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구나

    그렇다. 아들아 , 실패한 애비로써

    다 늙어 여기저기 공사판을 기웃대며

    자식 새끼들 벌어 먹이느라 눈치보는

    이땅의 가난한 백성으로서

    그래도 나는 할말은 해야겠다

    아들아, 행여 가난에 주눅들지 말고

    미운놈 미워할줄 알고

    부디 네 불행을 운명으로 알지마라

    가난하고 떳떳하게 사는 이웃과

    네가 언제나 한몸임을 잊지말고

    그들이 네 나라임을 잊지 말고

    그들이 네 나라임을 잊지 말아라

    아직도 돌을 들고

    피흘리는 내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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