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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삿개에서 / 주용일 (1964-)현대시/한국시 2009. 5. 12. 10:34
지삿개*에서 / 주용일 (1964- )
<꽃과 함께 식사>에서
수십 척 깍아 지른 벼랑 내려다보며
바닷바람에 흔들리는 곰솔들, 아찔하다
생각하시겠지만 걱정 마시라
그들에겐 벼랑이 일상이다
벼랑 내려다보는 아찔함이
한 생의 푸르름이다
절벽에 핀 노란 감국에겐
수직이 한 생을 이루는 평지다
수직의 각도에서도 꽃들은
태연하게 피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진다
꽃 피우는데 너무 열심이어서
벼랑은 한갓진 생의 배경에 지나지 않는다
새들은 그 벼랑에 집 짓고 산다
뛰어내리는 일이 그들의 하루 일과다
벼랑의 새들은 날마다 벼랑 뛰어내려
빛나는 날개를 얻는다
벼랑 무서워하는 건 사람뿐이다
잘났다고 뻐기는 나같이 못난 사람들뿐이다
*지삿개: 주상절리를 일컫는 제주 방언, 주상절리는 해안의 깍아 지른 절벽을 일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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