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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가 만드는 곡선 / 주용일 (1964-)현대시/한국시 2009. 5. 12. 10:41
새소리가 만드는 곡선 / 주용일 (1964- )
<꽃과 함께 식사> 중에서
동틀녘 그대 꿈자리의 이불 걷으며
홀연히 날아오르는 박명의 새를 아는가
고단한 이웃의 누군가 새벽 대문 나설 때
지상의 우둔함을 깨우며
팽팽한 전깃줄 위 튀어오를 듯 앉아
온 몸 악기로 태양이 허공에 그리는
오색 빛살 음계 연주하는,
먼 캄차카 반도나 시베리아쯤에서 날아온
되지빠귀 유리딱새 혹은 검은머리방울새
지상 최고의 노래 부르면서도
그들은 겸손의 이파리로 제 몸 숨기며
무수한 음표들로 허공 가득 채운다
이른 봄 씨앗들이 새소리에 잠 깨어
둥그런 음표들을 땅 위로 밀어 올린다
그 음의 미끄럼틀에서 아이들은 자라고
젊은이들은 허공에 사랑 새기고
노인들은 제 몸 흙으로 돌린다
새는 비록 마지막 제 날개를 땅에 떨구어도
사람의 마음속에 노래는 남아
청아한 하늘의 선율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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